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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기술 –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 계약

by arenestup2025 2025. 10. 13.

신뢰의 기술 –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 계약, 오늘은 신뢰의 기술에 대한 글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중앙 없는 신뢰’가 만든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

 

신뢰의 기술 –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 계약
신뢰의 기술 –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 계약

신뢰는 왜 기술이 되었는가

 

인류의 역사는 신뢰를 둘러싼 실험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없기에 법을 만들었고,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은행과 정부, 중개기관을 세웠다. 신뢰는 언제나 ‘제3자’의 권위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기술이 신뢰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기술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신뢰를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이다. 은행 없이 돈을 주고받고, 관리자가 없어도 기록이 조작되지 않는다. 수학적 합의와 분산된 기록이 인간의 약속을 대신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신뢰의 구조 자체가 중앙에서 분산으로 이동한 사건이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부동산 거래를 하려면 등기소와 공증인이 필요했지만, 블록체인은 그 과정을 자동화한다. 거래의 진위는 개인의 ‘서명’이 아닌 네트워크 전체의 합의로 검증된다.
이제 신뢰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코드와 알고리즘의 투명성 위에 세워지고 있다.

결국 신뢰는 감정이 아닌 계산이 되었고, 권위가 아닌 합의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신뢰의 기술화(technologization of trust)’의 본질이다.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 – 신뢰의 진화

 

블록체인은 신뢰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지만, 그 자체가 완성형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신뢰의 재구성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

과거의 신뢰는 “중앙이 보장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서로를 직접 검증하는 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금융을 넘어 정치, 사회, 예술, 심지어 인간 관계의 방식까지 확장된다.

대표적인 예가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즉 탈중앙 자율조직이다.
DAO는 회사처럼 대표나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구성원들이 모두 투표권을 갖고,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에 따라 조직이 자동으로 운영된다.
거버넌스의 권한이 코드로 분산되고, 신뢰가 인간 대신 알고리즘에 내장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투명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코드가 법이 될 때, 인간의 윤리는 어디에 존재할까?”
“완벽한 투명성은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지는 않을까?”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결정을 ‘코드에게 위임’하고 있다.
스마트 계약은 약속을 자동으로 이행시키지만,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인간 사회의 ‘유연한 신뢰’가 사라질 위험도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에서는 단순한 기술적 신뢰를 넘어,
윤리적·철학적 신뢰가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진정한 신뢰란 완전한 투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인간성을 포용할 수 있는 여지에 있다.
기술이 신뢰를 구조화할 수는 있지만,
그 온도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신뢰의 사회 계약’을 다시 쓰는 시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사회 계약의 문턱에 서 있다.
루소가 말했던 ‘사회 계약(Social Contract)’이 시민과 국가 사이의 약속이었다면,
미래의 사회 계약은 시민과 코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약속으로 확장된다.

블록체인 이후의 세계에서는 국가보다 커뮤니티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지며,
국경보다 프로토콜이 더 강력한 규칙을 만든다.
우리가 속한 ‘디지털 거버넌스’는 더 이상 정부의 영역이 아니라,
자율적 네트워크 사회의 설계 문제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의 도시는 하나의 “스마트 거버넌스 DAO”가 될 수 있다.
주민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블록체인 투표로 결정하며,
행정이 자동화된 계약 시스템으로 실행된다.
중앙 권력은 줄어들고, 대신 참여의 신뢰가 사회를 움직인다.

이러한 미래는 단지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신뢰의 주체’를 재정의하는 데 있다.
신뢰를 보장하던 기관이 사라진 자리에,
개인과 커뮤니티가 스스로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블록체인 이후의 사회 계약’은
“누가 통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신뢰를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설계하는 신뢰는 투명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어야 한다.
변하지 않는 코드 위에서도, 인간의 가치와 윤리가 숨 쉴 수 있어야 한다.

 

맺으며 – 신뢰의 기술에서 신뢰의 철학으로

기술이 신뢰를 자동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신뢰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AI가 판단하고, 블록체인이 검증하고, 데이터가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
그 속에서 진정한 신뢰는 투명성의 총합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서사와 공감의 결과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중앙에서 해방시켰지만,
이제는 인간이 다시 신뢰를 ‘의미의 차원’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코드가 만든 세상 위에,
우리가 다시 쓸 사회 계약은 결국 “기술을 넘어선 인간의 약속”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