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돌아오는 도시 – 바이오필릭 시티와 미래 생태 도시의 조건, 오늘은 자연이 돌아오는 도시에 대한 글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도시는 다시 숲이 될 수 있을까?”
바이오필릭 시티란 무엇인가 – 도심 속에 자연을 품는 발상
우리는 오랫동안 도시를 자연으로부터 ‘구별된 공간’으로 설계해 왔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은 질서 있고, 효율적이며, 직선적이지만 동시에 생명 없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바이오필릭 시티(Biophilic City)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갈망한다
바이오필리아란, 인간이 자연과의 연결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심리적 성향을 의미한다.
현대 심리학과 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나무가 보이는 공간에서 더 빠른 회복을 보이는 환자, 초록 공간에서의 스트레스 완화, 숲길에서의 창의성 향상 등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증거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이러한 자연 회귀적 감성을 도시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즉, 도시가 단지 기능적인 구조물의 집합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적 공간이 되도록 계획하는 것이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실제 사례
싱가포르 ‘가든 시티’ 전략: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원처럼 설계. 고층 건물 외벽과 옥상에 정원 설치, 공중 연결 녹지 조성.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수직 숲): 아파트 외벽에 수천 그루의 나무와 덩굴식물을 식재하여 도시 열섬 효과를 감소시키고 미세먼지를 줄임.
서울 ‘서울숲’, ‘서울식물원’ 프로젝트: 생태 복원을 바탕으로 한 도시 내 대형 자연 공간 확보.
이런 바이오필릭 시티들은 시민의 건강, 정서 안정, 기후 대응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미래형 도시 설계 패러다임이다.
도시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생태적 조건들
도시가 진정한 생명력을 가지려면, 단지 나무 몇 그루를 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도시 설계의 본질적인 전환, 즉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중심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생물 다양성은 ‘도시의 면역력’
도시는 이미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차량 중심 구조는 이들의 생존을 위협해왔다.
생물 다양성 중심 도시 설계는 도심 속 생명체가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야생동물 통로 설치: 도시 속 동물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생태 통로.
물 순환 구조 설계: 빗물을 모아 식물 생장과 습지 복원에 활용.
토착 식물의 복원: 외래종보다 지역 생태계에 맞는 식물 위주로 조경 설계.
예: 런던은 “도시 생물 다양성 행동 계획(LBAP)”을 통해 각 지역별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식재 전략을 구축하고, 학교와 시민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도시 인프라의 ‘그린 리모델링’
생태 도시로의 전환은 기존 도시의 인프라를 녹색화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녹색 지붕(Green Roof): 건물 옥상에 정원과 텃밭을 조성해 에너지 소비 감소 및 미세먼지 흡수.
그린 월(Green Wall): 벽면 녹화로 도시 열섬 효과를 줄이고 도심 내 습도 유지.
블루-그린 인프라: 수변공간(블루)과 녹지공간(그린)을 연결해 홍수 완화 및 생태 회복.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도시를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난에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난 도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 재건축의 미래 전략 – 자연과 인간의 재협상
기후위기, 팬데믹, 고령화, 정신건강 문제 등은 모두 ‘도시가 너무 인위적이어서 생긴 문제들’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래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한 스마트 기술이 아니라, 자연과의 통합적 설계가 필수적이다.
▍도시계획의 패러다임 전환
전통적 도시계획은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움직였다:
토지 이용 효율
교통 흐름 최적화
밀도 중심의 수익성 확보
그러나 미래의 도시는 아래와 같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자연 회복력(Rewilding potential)
기후 적응 능력(Climate resilience)
인간 중심의 정서적 환경(Human-centric ecology)
이런 기준 하에서 이루어지는 도시 재건축은 숲을 중심으로 길과 건물이 설계되거나, 기존 건축물 자체를 생태 거점으로 리모델링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참여형 도시 자연 구축
생태 도시의 또 다른 핵심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다.
도시의 자연은 단순한 관람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고, 돌보고, 함께 가꾸는 관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도시텃밭, 마을 숲 프로젝트
생태 보전 활동과 시민 교육 연계
바이오필릭 디자인 시민 공모전 및 참여 설계
자연은 공공재일 뿐 아니라, 도시 생활자들의 정체성과 문화가 반영된 공동의 자산이 된다.
즉, 도시의 자연은 누구나 함께 돌봐야 할 ‘살아 있는 존재’인 셈이다.
마무리: 도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도시를 ‘자연으로부터의 도피처’처럼 만들어왔다.
그러나 기후위기, 팬데믹, 정신건강의 위기는 도시를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는 상상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단지 환경을 생각하는 도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존재 방식의 전환이다.
도시는 숲이 되어야 한다.
건물은 나무처럼 숨 쉬어야 하고, 길은 물처럼 흘러야 하며, 인간은 그 속에서 생명과 연결된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자연이 돌아오는 도시—그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진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