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새로운 나라가 태어난다” 오늘은 메타버스 속의 사회 건축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물리적 국토를 넘어서는 시대 – 메타버스는 '공간'인가 '사회'인가
한때 “인터넷은 도구일 뿐”이라는 말이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은 도구가 아닌 삶의 무대가 되었다. 특히 메타버스(metaverse)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가상 공간을 단순한 가상현실(VR)이나 게임 환경으로만 인식할 수 없다. 메타버스는 경계 없는 국토, 디지털 상의 사회, 경제 활동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메타버스 안에서는 우리가 아는 ‘사회 구조’와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토지 개념: 디지털 공간 속의 ‘랜드’(virtual land)는 NFT를 통해 소유권이 증명되며, 매매와 임대가 가능하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더 샌드박스(The Sandbox) 등은 실제 지가 상승 현상까지 보인다.
경제 활동: 가상 공간 안에서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거나, 아바타 코디를 통해 수익을 얻는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 이코노미는 게임머니가 아니라 암호화폐 기반의 실제 통화로 작동하고 있다.
정치와 거버넌스: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유저들이 가상 공간의 정책과 방향성을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를 통해 결정한다. ‘디지털 국회’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제 메타버스는 단순한 '컨텐츠 공간'이 아닌, 제2의 사회, 제2의 국토로 여겨지고 있다. 물리적 공간이 점점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이 시대에, 메타버스는 새로운 삶의 확장판이자, 디지털 문명의 기반이 되는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메타버스 속에 ‘사회’를 짓는 사람들 – 직업, 제도, 공동체의 재구성
가상공간이 단지 ‘건축된 그래픽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관계를 맺는 사회가 되려면, 그 안에도 사회적 인프라와 규칙, 직업과 권력구조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 속 사회를 ‘설계’하고 있다.
① 직업의 탄생과 노동의 재정의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이 생겨난다.
예를 들면:
버추얼 패션 디자이너: 아바타가 입을 디지털 의상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월드 빌더(World Builder): 가상 도시나 구조물을 설계하는 디지털 건축가.
메타버스 마케터: 브랜드와 사용자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디지털 퍼포머: 메타버스에서 콘서트, 연극, 퍼포먼스를 여는 가상 예술가.
이들은 가상 공간 속에서 돈을 벌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있다. 더 이상 일은 물리적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② 제도와 규칙의 설계
메타버스 속에도 ‘질서’가 필요하다. 누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떤 기준으로 처벌할 것인가? 가상 부동산을 훔쳤을 때, 혹은 허위 정보를 유포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러한 문제는 결국 메타버스 내에서의 디지털 시민권, 소유권, 인권, 언론의 자유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디지털 거버넌스 시스템, 윤리 기준, 심지어는 ‘디지털 헌법’까지도 필요해진다.
③ 공동체의 등장
현실 세계처럼, 메타버스에서도 이익집단과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특정 월드 내에서 특정 이념을 가진 유저들이 모여 DAO를 구성하거나, 한 브랜드 팬들이 가상 도시를 만들고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가상공간 속에서 자생적으로 사회가 형성되는 현상이다. 메타버스는 단지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의 건축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제2의 국토, 진짜 사회가 되기 위한 조건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단지 게임이나 홍보용 플랫폼을 넘어서, 진짜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가상 화폐와 NFT 기반 경제는 매우 빠르게 성장했지만, 동시에 많은 투기적 요소와 붕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진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규칙 있는 경제 시스템,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수익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려면, 단순한 '플레이'를 넘어 실질적 생계 기반이 될 수 있어야 한다.
② 윤리와 책임의 체계
가상 공간은 현실보다 규제가 약한 만큼, 혐오, 차별, 사기, 데이터 침해 등의 문제가 더 쉽게 발생한다. 디지털 사회가 ‘진짜 사회’로 작동하려면, 거기에 맞는 디지털 윤리, 감시 기제, 공동체 중심의 자율 규범이 필수적이다.
③ 현실과의 연결성
메타버스가 현실과 단절된 '놀이 공간'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반영하고 해결하는 확장지가 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더욱 의미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설계, 재택근무의 대안적 협업 환경,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시뮬레이션 플랫폼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디지털 사회는 ‘현실의 대체물’이 아니라, 현실의 또 다른 버전, 보완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메타버스를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제2의 국토로 바라볼 수 있다.
마치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사회가 온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다. 단지 기술이나 유행이 아니라, 국토의 개념, 직업의 정의, 인간의 정체성까지 바꾸는 흐름이다.
가상현실 속 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도시를 짓고, 법을 만들며, 문화를 설계하고 있다. 그 누군가는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공간 속에서 또 하나의 사회를 건축하는 일,
그것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상상력과 윤리, 공동체성이 만들어내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