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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소사이어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by arenestup2025 2025. 6. 20.

“그때는 있었지…”라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오늘은 제로소사이어티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제로소사이어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제로소사이어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왔고, 그만큼 수많은 것들을 잃어 왔다.
기술이 진보하고 사회가 변하면서, 어제까지 당연했던 일상이 오늘은 낯선 풍경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이 조용히 무대 뒤로 퇴장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 종이 없는 미디어, 비대면이 기본인 커뮤니케이션.
제로소사이어티(Zero Society) — 즉, 무(無)의 사회는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풍요의 시작이자, 소중했던 것들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그 배경과 의미, 그리고 남겨진 여운을 되짚어본다.

 

현금, 더 이상 필요 없는 돈

 

한때 두툼한 지갑은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갑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시대다.
간편결제, 모바일 송금, 생체인증 결제가 일상이 되면서, 현금의 존재감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 ‘현금 없는 사회’는 이미 현실
스웨덴은 대표적인 현금 제로 국가다. 2023년 기준, 전체 거래의 90% 이상이 디지털 결제로 이루어진다.

한국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시스템이 전국 곳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편의점, 카페, 지하철, 택시까지 — "현금 안 받습니다"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 사라지며 드러나는 문제
현금 없는 사회는 분명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위생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외되는 이들도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년층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외국인, 저소득층

개인정보를 남기고 싶지 않은 현금 선호자들

게다가 사이버 범죄, 전산 장애, 해킹 등의 새로운 위협도 상존한다.
"현금은 익명성과 자율성의 마지막 보루"라는 주장도 있다.

현금이 사라지는 날, 우리는 돈을 ‘만지는’ 감각도 잃어버릴 것이다.

 

종이신문과 손글씨: 기록의 방식이 바뀌다

 

아침에 신문을 받아 커피와 함께 읽던 풍경,
노트에 또박또박 일기를 쓰던 기억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 종이신문의 종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신문 구독률은 70%를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포털 뉴스, 유튜브, SNS를 통해 정보를 소비한다.

국내 종이신문 중 상당수가 구독자를 잃고 온라인 매체로 전환 중이다.

뉴스는 더 빨라지고, 더 짧아졌으며, 더 많은 광고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해설과 종이의 물성(物性)은 사라졌다.

✍️ 손글씨의 퇴장
손글씨는 감정과 개성을 담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이 키보드 타자, 음성 입력, AI 요약으로 대체되고 있다.

초등학생도 공책 대신 태블릿으로 수업을 듣고,

계약서, 청첩장, 이력서까지도 전자서명이 일반화되었다.

한때 누군가의 글씨체는 그 사람의 성격을 알려주는 단서였다.
이제는 손글씨가 디지털 폰트로 재현되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종이와 펜은 느리고 불편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속도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다.

 

대형마트와 전화통화: 관계의 공간과 방식의 변화

 

사람들은 한때 주말마다 마트로 향했다.
장 보기도 하고, 아이와 놀이시설에서 놀고, 시식 코너를 돌며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던 장소.
하지만 이제 대형마트는 점점 ‘오프라인 공룡’이 되어간다.

🛒 유통의 거대한 변화
쿠팡, 마켓컬리, 배달앱 등으로 즉시 배송 생태계가 자리 잡았다.

24시간 열려 있는 디지털 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하고 있다.

마트들은 ‘드라이브 픽업’ ‘무인 결제 시스템’ 등으로 존재 방식을 바꾸려 애쓰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경험은 사라졌다.

☎️ 전화하지 않는 세대
전화는 더 이상 소통의 1순위가 아니다.

젊은 세대는 문자, 채팅, 이모지로 말한다.

직접 전화를 거는 행위는 때때로 ‘예의 없음’이나 ‘불안 유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전화는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이지만,
그만큼 부담이 크고 통제 불가능한 소통이기도 하다.
이제는 상대의 시간을 ‘예약’하고 ‘조율’하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더 일반적이다.

전화가 사라지면서 우리는 목소리 너머의 미묘한 감정과 망설임도 잃고 있다.

 

마무리: 잃는다는 건, 반드시 나쁜 일일까?
사라지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개인화된 세상을 위한 진보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로소사이어티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감정, 기억, 인간적인 접촉이 함께 담겨 있다.
손으로 쓴 편지, 마트에서의 가족 나들이, 누군가의 떨리는 전화 목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는 지금,
무언가를 끊임없이 잃으면서 새로운 것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과거의 조각들은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당신은 오늘, 어떤 것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는가?